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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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서로에게 닿을 지도 모를, 같은 마음들이 모여 있는 곳

제목 병헌씨의 고민 고민!
작성자 : 제비꽃 등록일 2009.07.15 조회수 6299

2003년 여름에도 당신은 고민했었지요. 당신의 생일 파티를 매년 하는 루버스 정기 모임에 당신 또한 참석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말이지요.


참석 여부를 떠나, 당신이 얼마나 팬들과의 관계를 신중하고 사려깊게 배려하는지를, 지난 비디오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번 생일 때도 마찬가지셨지요? 전날 밤까지도 고민하신 끝에, 인사말만 보내셨지요. 함께 당신의 생일 축하 초를 켜고 끄지 못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런 팬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고 그 축하과 기원의 음성을 귀담아 들으신다는 것이지요. 


당신은 다른 배우의 처신과 비교하면서 요구하거나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팬들의 요구에는 오히려 오기가 생겨서 하지 않는다고 하셨죠.


어쩌면 루버스 식구들은 당신의 그러한 판단을 존중했고 그리고 그 과정에 매우 익숙해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그렇게 많이 섭섭하거나 당신을 오해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당신이 가까운 친구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그 시간들을 누릴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바랄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왜냐하면 당신과 우리들은 사실 작품을 통해서 만나 교류하는 것이 가장 건강하고 정상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쫓아 다니며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당신을 배우로서 존중하고 아끼는 행동이 결코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지리적으로 가까운가 먼가의 문제는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옆 동네에 당신이 살고 있다고 해도 그 문전 앞을 지키며 당신의 출입을 훔쳐보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매우 민망하고 저 자신을 오히려 천박하게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일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빈틈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면 그렇게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쫓아 다니며 서로의 명예에 흠집을 낼 행위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각자의 자리에서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관계된 조직의 사람들과의 일상에서 최선을 다하고 후덕한 사람들이야말로, 당신에게도 명예롭고 그 자신에게도 당신이 명예로운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 년 전의 고민과 지금의 고민이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새삼 느끼며 참석하지 못했지만, 7월 12일 하루 내내 당신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을 우리 루버스들의 시간을 생각하게 됩니다.  


당신도 우리가 많이 보고 싶으셨겠지요? 건배를 외치고, 당신의 촬영 현장을 담은, 액션씬을 보면서 터져 나오는 탄성들을 육성으로 듣고 싶으셨겠지요?


우리는 이미 인내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이미 당신과 오랜 동안 친구로 가는 법을 익혔습니다. 굳이 당신의 식당과 미용실, 촬영장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지 않더라도 우리는 드라마 속에서, 영화의 주인공 속에서 언제나, 영원히 당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 인생에 있어서 매우 드문 행운처럼 당신이 우리에게 찾아와 주시는 날엔 그 인내의 결실이라고 그 행복을 기꺼이 누리겠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을 마주대하고 악수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팬으로서의 우리의 품위를 더욱 높여 당신에게도 자랑스럽고 존경받는 팬이 되도록 서로 성숙하는 것이 더욱 오랜 친구가 되는 비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건강하시어서 좋은 작품 속에서 더욱 더 많이 당신을 만날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편안하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병헌씨! 너무 고민 많이 하지 마세요. 그러다가 새벽을 맞이할 지도 모릅니다. 우리 또한 당신의 일상을 책임질 수 없듯이 당신 또한 우리의 일상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흥에 겨워,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겨울 끝자락 새벽의 부드러운 봄바람처럼 그렇게 사뿐히 우리에게 찾아와 주세요. 그러면 우린 너무도 깜짝 놀라고 반가워 하며 그 동안의 침묵과 인내가 준 결실인 당신이라는 선물을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입니다.


당신의 오랜 친구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