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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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병헌씨, 당신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작성자 : 제비꽃 등록일 2009.07.13 조회수 5523

(고윤숙입니다.)


2009년 7월 12일 일요일 오후 7시 12분, 그 순간에도, 당신으로 인하여 행복하였습니다.


마주 보고 있지 않으면, 우린 때때로 그 사람과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이별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만날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가슴아파 합니다. 그래서 붙잡을 수 있을 만큼의 가까운 거리에서 보지 못하면, 그리운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 보내주신 당신의 동영상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우리들과 생일 파티를 함께 하지 못하는 당신의 심정을 헤아려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 그 어디에선가, 드라마 촬영이나 혹은 다른 일정 사이의 짧은 틈새를 열고 우리에게 인사말을 보내던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 또한 지난 순간들을 되짚어 봅니다.


당신이 여기 없다고만 생각했던 때, 당신은 분명 그 어디에선가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었고, 나 또한 일상의 어떤 일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옆에 있지 않았지만, 당신은 거기 그렇게 있었습니다. 당신의 그 때, 나는 당신이 있었을 어딘가를 지나쳐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집에서 아이들과 식탁에 둘러 앉아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혹은 여전히 작업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일요일 오후에 있을 당신의 생일 파티에 가고 오는 길에 비가 좀 잦아들기를 기원하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당신을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희망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당신은 우리 곁에, 바로 우리의 마음에 항상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나의 일상의 순간마다, 당신 또한 그렇게 바로 거기에서 배우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드라마 <아이리스> 관련 영상들을 보면서, 내가 자신에 대하여 낙담하고, 삶의 이정표를 다시 세우지 못하여 멈칫거리고 있을 때조차, 당신은 맹렬하게 연습하고, 철저히 준비하여 극중 인물들의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발견합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은 항상 내게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처지에 맞게,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결국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가를 너무도 생생하게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온천에서의 추억도, 이별의 고통도, 적을 피해 달아나는 추격신도, 암살을 위해 집중하는 어둠 속에서의 숨 막히는 그 순간도,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우리에게 말을 거는 생일 파티 전날의 인사에서도, 당신은 빈틈없이 자신의 삶을 조율하고 거듭 일으켜 세우며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생일 파티장에 모여 있는 루버스인들의 입에서 숨 막히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고, 자신도 모르는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당신의 이 매력은 국적을 넘어서 우정을 맺는 귀한 고리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통하지 않는 말들이 무수하지만, 당신의 작품을 이해하고 아끼며, 배우로서의 당신을 사랑한다는 공통점 하나만으로도 그 어떤 이념적 소통보다도 더 깊은 이야기를 오랜 동안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생일 축하 케잌 위에 켜지는 촛불이 하나 둘 늘어나는 만큼, 우리들과 당신의 우정 또한 그렇게 나이를 먹고 성숙해 갑니다. 연인간의 사랑은 때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갑게 식을 수도 있고, 그래서 결국 이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우정과 연대는, 함께 하는 길에서 만난 수많은 복병들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당신의 생일은 더욱 뜻 깊었습니다. 이제 당신의 새로운 영화와 드라마 등의 작품을 함께 기다리고 환호하며, 박수와 갈채를 보낼 친구들이 세계 곳곳에서 함께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아이리스>의 영상들을 보면서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를 시작한 그 처음만큼, 딱 그만큼만 끝까지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면, 냉전시대가 끝나고 인류 공존에 관한 더 무겁고 고통스러운 문제를 껴안고 있는 세계를 향하여, 다시 질문을 던지는 좋은 드라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모든 우연들이 잘 엮어져 지금까지의 영화와 드라마 못지 않은 멋진 작품이 완성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곧 개봉할 영화들도 보는 이들의 가슴을 두드려 열고, 하나라도 좋은 질문을 던지는 상영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을 발판으로 또다시 비상하는 당신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것이 오늘, 당신과 함께 한 생일파티의 가장 큰 바램이었습니다. 지금 그 모습 그대로, 너무도 멋진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오랜 친구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