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COMMUNITY

어쩌면 서로에게 닿을 지도 모를, 같은 마음들이 모여 있는 곳

제목 병헌씨 최고의 아름다움
작성자 : 제비꽃 등록일 2009.07.16 조회수 6926


Talos & the Argonauts, Athenian red-figure krater C4th B.C., Jatta Museum, Ruvo


(탈로스와 아르고호인들, 아테네의 적색상 도기, 기원전 4세기, )


 


얼마 전 루버스에서 있었던 병헌씨의 생일 파티에서, 주인공도 아닌 제가 일본 루버스 친구분으로부터 선물을 받았습니다. 선물들 중에서도 "이병헌 오피셜 이어 북 2008-2009"는, 지금까지 나온 여러가지 출간물 중에서 최고의 것으로 꼽을 정도로, 사진의 질도 높고 편집도 훌륭합니다. 사진은 국내 작가 조선희씨가 찍었습니다.


이 출간물에서는 병헌씨의 각종 스케쥴과 현장 사진들을 일지 형식으로, 그의 수첩에 적힌 친필 메모 등을 함께 실어 실감나는 현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병헌씨가 매우 열심히 공부했던, 영어 단어와 뜻을 적은 연습장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병헌씨와 함께 일하는 매니저 및 영어 회화 지도 선생까지도 사진과 기사로 함께 싣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의 마음을 으뜸으로 사로잡은 것은 "LEE BYUNG HUN 육체개조계획"란이었습니다.


대흉근과 전거근, 외늑간근도 매우 멋있었지만, 왕王자가 새겨진 복직근과 옆구리 부분의 내사근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많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멋진 복직근을 만들기 위해서는, 복부 운동의 경우는 쉬는 시간은 짧게 줄이고, 동작을 천천히 반복해 복부 긴장감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근육을 쥐어 짠다는 느낌을 넘어서 배에 쥐가 난다 싶을 정도로 강도 높게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는 다른 부위에 비해 체지방이 쉽게 쌓이기 때문에 주 5회씩 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허리 부분이라고 일컫는 부위의 내복사근과 외복사근을 형성시키기 위해서는 몸을 옆으로 기울여 하는 크런치를 하거나 트위스트 크런치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는 덤벨 사이드 밴드를 통해서도 형성한다고 합니다.


멋진 근육이 형성되어 갈수록 병헌씨의 야위어 가는 얼굴을 보면 피땀 흘리는 각고의 노력이 사실 그렇게 만만치 않은 과정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좀 아프기도 합니다. 저는 별로 남성의 근육이 우락부락 하다고 해서 매력을 느끼는 경우는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상대방을 존경하게 하는 언행과 목소리, 깊은 눈빛에서 일단 호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해변가나 수영장의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들을 만날 때 주로 옷을 입고 격식을 갖추고 만나지, 웃통을 벗은 상태에서 만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사실 병헌씨의 근육만들기 프로젝트가 그의 배우로서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액션씬에서 드러나야 하는, 혹은 에로씬에서 보여줘야 하는 매력 때문이라면 물론 배우로서는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가슴 저리도록 그의 노력과 숨은 고뇌를 엿보게 하는 멋진 근육을 올리는 대신, 제가 가장 좋아하는 희랍(그리스)의 도기 그림을 하나 올립니다. 저는 병헌씨의 상반신 누드 사진을 보는 순간 이 도기 그림의 탈로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도기 그림을 따라 그리기도 하는데, 특히 이 그림은 죽어가는 청동인간 탈로스의 빛나는 몸을 매우 매력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노스 섬을 하루 세 바퀴씩 돌면서 출입자들을 단속하고, 그에게 걸린 자들은 그가 꼭 껴안아 불 속에 뛰어들어 형벌을 주는데, 탈로스는 벌겋게 달구어지기만 할 뿐, 죽지 않는 존재였다고 합니다. 또한 무거운 돌을 거침없이 던질 정도의 엄청난 힘의 소유자였지만, 결국 그도 정맥이 끊기어 죽고 맙니다. 그 죽어가는 모습마저도 너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특히 저는 내사근 혹은 외복사근이라 불리는 곳을 참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희랍인들에게 운동경기는 그들의 고귀함을 겨루는 일상과도 같은 것이었기에 저토록 멋진 근육이 형성될 수 있었겠지요. 그런 힘을 키우지 못하면 열등한 존재로 낙인이 찍혔으니까요.


병헌씨는 사진 한 장으로 저 죽어가는 탈로스의 멋진 육체를 다시 불러오는 마술을 부린 듯 했습니다. 하드 트레이닝과 음식 조절, 그리고 일상의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을 통하여 자신의 과제를 수행하면서 홀로 견디어야 했을 수많은 시간이 병헌씨의 근육 하나 하나에 아로새겨져 있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보이는 가시적 아름다움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보이지 않는 병헌씨의 수많은 시간의 누적 때문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의 노력, 그의 성실이 그의 육체의 빛남보다도 더 아름답습니다.


이토록 멋진 순간을 포착한 출간물을 조용히 건네 주시고 간 일본 루버스 친구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까지 나온 사진들과 편집물 중에 정말 최고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수준의 질과 편집 내용을 가진 출간물만 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