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제목 [인터뷰] ‘백두산’ 이병헌 “‘이병헌이 다 했다’는 말은…너무 감사하죠”
등록일 2019-12-24 조회수 25
[일요신문] 2019년 연말은 ‘이병헌’으로 닫히고, 2020년 연초는 또 ‘이병헌’으로 열린다.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던 연이은 영화 개봉, 그것도 남과 북을 오가며 냉탕과 온탕을 연기해야 했기에 부담도 남들의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영화 ‘백두산’에서는 북한의 이중 스파이 ‘리준평’으로,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남한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으로 분하는 배우 이병헌(49)은 누구보다 바쁜 연말과 연초를 앞두고 있었다. 

“‘이 영화는 이병헌이 다 했다’는 말이 나와요? 어휴, 그런 말씀 해주시면 저는 진짜 너무 감사하죠. 근데 저는 그런 말씀 하시는 것 못 들었는데(웃음).”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일요신문과 만난 이병헌은 대중의 평가를 두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지난 12월 19일 개봉한 영화 ‘백두산’을 관람한 관객들은 이병헌을 두고 “연기력으로는 절대 비난할 수 없는 배우”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갑작스럽게 분화한 백두산의 화산 폭발을 막기 위해 남한의 EOD(폭발물 처리반) 조인창 대위(하정우 분)와 함께 고군분투하는 북한의 이중 스파이 리준평 역을 맡은 그의 연기는 종잡을 수 없는 리준평의 캐릭터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극중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능청을 떨다가 남한 군인들이 긴장감을 푸는 모습을 보이자마자 곧바로 북한말을 쓰며 “보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날카롭게 치고 들어오는 신은 스크린 속은 물론, 그 밖의 공기마저 싸늘하게 얼어붙도록 만든다. 돈을 쓴 티가 나는 CG(컴퓨터그래픽) 신을 제외하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퀀스이기도 하다. 

“리준평은 남한이건 북한이건, 자본주의건 공산주의건 상관하지 않고 자기의 이익이 가장 중요한 캐릭터예요. 그런 그가 남한 사람들 앞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건 상대를 현혹시키기 위한 수단인 거죠. 사실은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고 했을 때 자칫 잘못하면 ‘내부자들’의 안상구 캐릭터가 리준평에게 겹쳐질까봐 우려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일단 첫 촬영을 마치고 나니 그런 고민이 없어지더라고요. 굳이 따지자면, 리준평의 사투리는 목포 사투리예요. 반면 안상구의 사투리는 광주 사투리죠. 아마 그 지역에 사시는 분들은 그런 디테일을 바로 아실 거예요(웃음).”

배우 이병헌.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백두산’ 속 이병헌은 어투만 들으면 금방 탈북한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완벽한 이북 사투리를 구사한다. 영화를 찍으며 러시아어 선생님과 중국어 선생님은 물론, 전라도 사투리와 북한말 선생님까지 모셔와 가르침을 받았다는 게 ‘백두산’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북한말을 써야 했던 캐릭터의 특성상 북한말 선생님은 계속해서 현장에 상주해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