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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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스타톡] 이병헌이 또 이병헌했다
등록일 2019-12-22 조회수 29
[enews24 고홍주 기자] 이병헌이 또 ‘이병헌’했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 연기하는 배우 이병헌이 중심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여정, ‘백두산’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대목이다. "이병헌 아닌 리준평은 떠올릴 수 없다"는 하정우의 이야기에 확신의 느낌표를 찍어준 연기, 그걸 이병헌이 또 해냈다.

영화 ‘내부자들’, ‘마스터’, ‘남한산성’에 이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까지, 매 작품 장르를 불문하고 새로운 변신을 거듭해 온 배우 이병헌. 그가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에서는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 역으로 데뷔 이래 첫 북한 요원 캐릭터에 도전했다.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 차 만난 이병헌은 "내용적으로 본다면 재난 플러스 버디무비가 아닐까 싶다. 다른 재난물과 차별화 되는 지점이라고도 생각했고, 그게 다른 배우가 아닌 하정우와 함께 라면 재미있는 케미스트리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삶이 분리돼 옴니버스처럼 펼쳐지다가 하나의 재난으로 인해 마주하게 된 두 사람. 그 두 사람이 재난 속에서 공동의 목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침을 하게 되지 않나. 치고 박고 싸우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림, 그 점에 끌렸던 것 같다"며 ‘백두산’ 여정의 첫 시작점을 밝혔다.

이병헌은 극 중 백두산 폭발을 막기 위한 작전의 키를 쥔 리준평 역을 맡았다. 이중 첩자임이 발각돼 수감되어 있던 중 남측의 비밀 작전에 참여하게 된 인물로, 속내를 쉽게 읽기 힘든 입체적인 캐릭터다. 데뷔 후 처음으로 북한 요원 캐릭터에 도전한 이병헌은 북한 사투리부터 중국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 연기부터 총기를 활용한 고난도 액션, 복합적 감정 연기를 작품에 녹여낸다.

"다양한 성격과 면모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영화를 보면서 리준평에 대한 궁금증들이 계속 있기를 바라면서 연기를 했다. 능청스러움, 빈틈이 보이기도 하면서 어떤 순간에는 날카롭고 냉철한 면모가 있다. 뭐라고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들어가면 되겠구나 했다."

‘백두산’은 기본적으로 재난물의 색채를 띠고 있지만 한꺼풀 벗기고 보면 다양한 재미적 요소가 꿈틀댄다. 달리 말해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구조이지만, 이병헌은 이를 영화의 미덕으로 받아 들였다

"취향의 문제일 것 같다. 장르를 따라가는 관객이라면 그 장르에 안 맞는 공식이나 요소가 들어왔을 때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장르에 관계없이 재미를 추구하는 관객들은 이런 오락영화에 만족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케일과 재미를 갖춘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웃기기도, 울리기도 하면서 감동도 있다. 상업성 강한 재난 오락물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재미가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작품에서 하정우와 인상 깊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이병헌. 긴박한 상황 속 적재적소 치고 들어오는 두 배우의 티키타카는 ‘백두산’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포인트로 녹여지기도 한다. ‘백두산’은 이병헌과 하정우가 처음으로 함께 한 작품이기도 했다.

"하정우라는 배우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굉장히 유머러스하다. 늘 주위를 재미있게 하는 캐릭터인데, 그 에너지가 카메라 앞에서도 온전히 묻어 나오고 전해지는 것 같았다. ‘백두산’ 영화 안에서도 하정우라는 사람의 매력이 많이 발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연기 잘하기로 손 꼽히는 배우 이병헌. 그는 연기를 대할 때만큼은 유연한 자세로 현장을 탄탄하게 채워주고 있다. 함께 일한 동료 선후배 배우, 스태프들에게도 소문이 자자하다.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살면서 고집이 약해졌다. 예전에는 ‘내 말이 맞지’ 그 힘으로 살아갔다면 이제는 ‘나를 객관화 시켜 볼 수 있는 사람은 저 사람일 수도 있겠다’란 생각으로 바뀌었다. 어쩌면 관객 모니터 입장에서 솔직하게 이야기 해준 것일 수도 있는데, 그렇다 보니 그 말을 무시할 수가 없다. 제가 장르,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것처럼 보여지는 건 그 작품의 장르나 콘셉트, 각 스태프들이 만들어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사람’을 연기한다는 점에서는 사실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액션 연기를 한다고 해서 인간이 가지지 못한 감정을 연기하는 것도 아니고. 저는 매 순간 제가 맡은 역할에 집중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