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제목 '백두산' 이병헌
등록일 2019-12-26 조회수 140
'백두산' 이병헌 "'메시지 강조 NO' 의견 피력..할리우드 같은 상업영화 만족"[SS인터뷰①]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이병헌이 영화 ‘백두산’(이해준·김병서 감독)으로 또 한 번 남북으로 대치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내놓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백두산’은 백두산 화산 폭발 후 남측의 EOD 대위 조인창(하정우 분)이 북측 무력부 일급자원 리준평(이병헌 분)을 만나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 이병헌이 지난 2000년 ‘공동경비구역:JSA’(박찬욱 감독)에 이어 또 다시 남북의 캐릭터들이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그렸다. 이병헌은 “‘적과의 동침’같은 남북 용사가 적과 적으로 만나서 점점 가까워지는 건 비슷할지 모르겠다. 전체적인 영화의 장르라든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자하는건 다른것 같다”고 비교를 했다. 또, “이번에 내가 북한 첩자 역할을 하게 됐다. 내가 남한 연기를 하다가 북한 연기를 하는게 배우만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이라 재밌었다”고 감흥을 전하기도 했다.

재난영화로 시작해 버디무비로 마무리되는 ‘백두산’인데, 남북은 물론 미국과 중국까지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정세이 녹아있는 모습으로도 흥미를 높였다. 군데군데 드러나는 정치적인 상황이 긴장감을 더하는 만큼 좀더 강조되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이병헌은 “정치적인 부분이나 특히 리준평, 조인창, 그리고 미군, 중국 요원이 다 맞닥들이는 부분은 오히려 자칫 유치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내 의견을 이야기했다. 거기서 좀더 나아갈수 있는 씬이었고, 대사도 뭔가 더 정리해주는 대사가 있을수 있었는데, 나는 그렇게는 안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두산’은 오락영화라고 강조했다. “뭔가 메시지를 주고 싶을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했다. 그냥 뉘앙스만 주면 되지 않을까 했다. 이건 그냥 오락영화이고, 상업영화이고, 스케일이 큰 재난영화니 그런 게 더 잘 보여지길 바랬다.”

이병헌은 “비주얼이 큰 재난영화에 버디무비라는게 (‘백두산’을)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도 했다. 상업적인 느낌이 강한 재난 오락영화로서 ‘백두산’이 흥행공식대로 전형적으로 그려졌다는 평가도 있는데, 이병헌은 “우리가 할리우드나 어디선가 본거 아니냐 하는 시선은 감수해야하는거라 생각했다. 예측을 하더라도 ‘비주얼로 여러분들에게 정말 놀랄만한걸 보여줄거다, 재밌을거다’ 얘기하고 그 두가지가 만족됐다면 다른건 아쉬워도 상업영화로서 만족스러운게 아닌가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비주얼적으로 얼마나 만족하는것일까. 그는 “영화 반 이상이 CG에 기대야하는 것이었다. 보통 다른 영화는 내가 연기한 걸 주로 보느라 객관성을 잃은 상태로 보는데, 이건 내가 눈으로는 처음 보는거라 반은 관객의 마음으로 본 것 같다. 이런 모습이 될거라고 감독에게 들으면서 연기했지만, 실제로 보니 스케일이 달라 놀랐다“고 답했다.

‘백두산’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지만, 다른 작품을 고를 때는 어떤게 우선시 될지도 궁금하다. 이병헌은 “가장 중요한 건 재미다. 저도 영화 볼때 재밌어야 본다”면서 “사실 그 재미라는게 주관적이다. 재미는 여러 형태로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그것만이 내세상’(최성현 감독·2018)에서는 유머코드나 슬픔도 제게는 재밌었고, ‘남한산성’(황동혁 감독·2017)에서는 두 인물의 치열했던 역사속 한장면도 저에겐 재밌었따. 슬픔과 감동이 재미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비주얼적으로 우리가 늘상 봐온 (서울)강남역이 다 무너져내리는 모습, 그리고 한번도 보지 못한 백두산 천지에서 용암이 뿜어져나오는 비주얼과 스케일, 거기에 플러스 버디무비의 재미가 독특한 거라 생각했다.” 

자신이 출연한 각 작품에서 느낀 재미에 대해 일일이 나열하던 이병헌은 이내 “그런데 흥행은 모르는거다”라고 선을 그었다. 영화의 재미와 흥행은 별개라는 것. 그는 “당연히 보여지는 직업이니까 많은 분이 보는게 더 좋은 일이지만, 흥행은 진짜 알 수가 없다. 내가 재밌어하는걸 관객들도 재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영화를 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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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나이든 내모습 나도 궁금..늘 기다려지는 배우 되고파"[SS인터뷰②]

배우 이병헌이 영화 ‘백두산’(이해준·김병서 감독)으로 또 한 번 연기력을 입증했다.
‘백두산’은 백두산 화산 폭발 후 남측의 EOD 대위 조인창(하정우 분)이 북측 무력부 일급자원 리준평(이병헌 분)을 만나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비주얼로 압도하는 재난영화로 시작한 ‘백두산’은 버디무비로 마무리되며 이병헌과 하정우의 브로맨스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가족과 우정, 희생 등을 이야기하며 재난영화의 전형적인 모습의 아쉬움을 덜어준 건 이병헌 등 배우들의 호연 덕분이었다. 특히 영화 말미 이병헌이 진한 여운을 남기는 연기를 펼치며 또 다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매번 감탄사를 자아내는 그의 연기 비결은 뭘까. 이병헌은 머쓱한 듯 “안약을 좋은 걸 쓴다”며 농담으로 응수했다.

평소 다른 배우들로부터 이병헌의 촬영 현장 몰입도가 압권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전해들리는 것에 대해서도 “나도 겉으로 봤을 때 돌변하는 것처럼 보일수 있지만, 쉬는 시간에 잡담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감정의)일정 레벨은 유지한다. 나도 아주 극단적으로는 못한다. 겉으로는 보여지지 않지만 끝까지 놓치 않으려고 속으로는 발버둥 치고 있는것”이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사람이 감정을 쉽게 올렸다 내렸다 할수 없다. 모든 배우들이 갖는 어려움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캐릭터를 연구하는 방식은 어떨까. 어떤 배우들은 형광펜으로 줄 치고 메모를 하며 공부하듯 하기도 하는데, 이병헌의 스타일은 어떨지 궁금한 것. 그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연구하거나 공부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대신에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전체적인 이야기와 감독이 이야기하려는게 뭔지, 캐릭터가 이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캐릭터의 목적이 뭔지, 뭘 보여주고 싶은건지 객관적으로 파악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서 주관적으로 들어가 그 인물로 읽어보고 감정을 느껴본다. 대사를 특별히 외울때 빼고는 대본은 공부하듯 들여다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그가 출연한 많은 작품들 중 인기를 끌고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게 한둘이 아니지만, 스스로 자신의 연기 인생에 기폭제가 되어준 작품은 무엇이라 생각할까. 그는 머뭇거릴 틈도 없이 “‘달콤한 인생’(김지운 감독·2005)이 아닐까 싶다”고 답하면서 “여러가지 측면에서 그런데, ‘달콤한 인생’이라는 작품을 통해 할리우드뿐 아니라 유럽 업계 사람들에게도 절르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 작품을 통해 미국 에이전시가 생기고 미국 작품을 하게 됐다. 그리고 작품적으로도 그런 느와르의 캐릭터에 대한 마니아 팬들이 생기게 됐다”고 이유를 들었다.

이제는 국내는 물론 할리우드에서도 활약하는 이병헌. 이미 내후년까지 작품 스케줄이 꽉 차 있다고 한다. 끊임없이 하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보면 고민하다가 안한 작품도 있고, 할리우드 작품 뭐 하나 해볼까 하다가 국내 작품이 좋은게 와서 결정하면 할리우드에서 좋은 제안이 갑자기 올때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스케줄이 잘 맞질 않는다”고 한뒤 “배우로서 소진되는 느낌도 있고 에너지도 새롭게 채웠으면 할때도 있다. 에너지도 충만해서 ‘오케이, 이제 할게’ 하는게 가장 이상적인데 작품이란게 스케줄이 다 정해져있어서 의지와 상관없이 하게 되기도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내로라 하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이지만, 배우로서 고민도 있을까 물었다. 그는 “나도 나이 들면서 어떻게 변해갈까 궁금하다. 어떤 측면에서는 기대일 수도 있다”면서 “어떤 배우가 되든 어떤 작품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재밌겠다, 보고싶다’ 하는 배우로 계속 남고 싶다. 어떤 일이든, 연예계가 아니라 다른 어떤 일이라도, 인생에서 누구든 곡선이 있을거다. 얼마나 길게 가냐, 급격하게 떨어지냐의 문제인건데, 어떤 작품을 찍더라도 ‘되게 기다려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ch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