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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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병헌 할리우드 진출 권상우에 했던 충고는…(인터뷰③)
등록일 2009.07.30 조회수 2291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이병헌에게는 이제 '한류스타'라는 수식어보다 '할리우드 스타'라는 닉네임이 더 어울린다. 영화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이하 '지아이조')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이병헌은 현란한 액션 연기와 능숙한 영어 연기를 선보이며 성공적인 신고식을 마쳤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으로 할리우드 제작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이병헌은 할리우드로부터 받은 러브콜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지아이조'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 데다 만화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한 탓이었다.

결국 김지운 감독과 박찬욱 감독에게 조언을 구한 그는 출연을 결정하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나는 비와 함께 간다(I Come with the Rain)' '지아이조'로 이어지는 강행군을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 좋아했던 영화들과 비슷한 작품이 바로 '지아이조'였으니 기분 좋게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낯선 환경에서 촬영이 쉽지만은 않았다. 대사가 많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모국어가 아닌 영어라는 부담이 돼서 그는 "대사 때문에 NG를 내는 건 프로답지 않다는 생각에 대사를 미리 완벽하게 외웠다"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던 패턴을 버리고 만화적인 연기를 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병헌은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흡족하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한 카페에서 이병헌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할리우드 진출하는 권상우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 권상우가 출연하게 될 '그린호넷'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초고 때부터 에이전시에서 들어서 알고 있었다. 사실 이미 촬영에 들어갔어야 하는 작품인데 제작이 조금씩 늦춰지고 있는 거다. 이틀 전(28일)에 우연찮게 권상우를 만나서 얘기를 들었다. 대사가 많아서 영어가 큰 걸림돌이 되고 부담이 되겠지만 들어가기 직전까지 최대한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해줬다. 내 생각에는 네 장기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캐스팅한 것이지 영어를 보고 캐스팅한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네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만 생각하라고 말해줬다.

-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영화라 현장의 모습이 많이 달랐을 것 같다.
▲ 일단 촬영장에 가면 버스보다 큰 트레일러가 열몇대씩 서 있다. 분장이나 소품이 잘못 됐거나 표창을 잘못 던졌다고 해도 괜찮다고 OK를 외친다. CG로 처리하면 된다고. (웃음) LA에 있는 스튜디오 세트에서 3개월간 촬영하다 프라하로 가서 오픈 세트에서 촬영했다. 실제로 길거리를 막고 자동차를 공중에 몇십미터 올려서 몇바퀴씩 돌리다 떨어뜨린다. 거리에 차들이 몇십대가 있는데 그걸 다 부순다. 폭발장면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그때 카메라를 10대나 돌리더라.
- 스티븐 소머즈 감독이 이병헌과 같이 다니면 엘비스 프레슬리와 다니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
▲ 일본에서는 어마어마한 팬들이 모였다. 일본에서는 '나는 비와 함께 간다' 레드카펫 때도 갔었고 이미 다른 영화로 여러 번 갔기 때문에 어느 정도인지 나는 알지 않나. 하지만 할리우드 배우들이나 소머즈 감독은 너무 깜짝 놀란 거다. 거의 패닉상태였을 만큼 너무 놀라더라. 그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할 정도로 내 팬들만 나온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출연 배우 중 말론 웨인즈는 '너 진짜 마이클 잭슨이구나' 하고 말하더라. 나는 사실 미안하기도 했지만 속으로 '자식들, LA에서 날 꼬마 취급했지?' 하면서 그 상황을 즐겼다. 왜냐면 촬영 현장에서는 조연배우로서 약간 하루 종일 대기만 하다가 촬영도 못하고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참아준 배우들에게 고맙다.

- 감독이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랑스러워 했을 것도 같다.
▲ 마지막 결투 장면이 아주 길었고 의미 있는 대사도 많았는데 짧게 편집돼 버렸다. 그래서 감독에게 섭섭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후 감독이 일본에 와보고선 '미리 얘기했으면 좀 길게 편집했을 텐데'라고 말하긴 했다. 마지막 결투 장면은 나중에 아시아판 디렉터스컷에는 살려주겠다고 하더라.(웃음)

- 드라마 '아이리스' 다음 출연작은 어떤 작품인가?
▲ 할리우드에서 온 제의도 한두 가지 듣긴 했는데 '지아이조' 2편을 하게 되면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아이리스'도 나를 너무 힘들게 하고 있으니까.(웃음) 한국영화도 한두 편 제의받은 게 있긴 한데 아직 감독과 구체적으로 만나 얘기하는 단계는 아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