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제목 [인터뷰] 이병헌 "믿고 보는 배우? 큰 기대감이 가끔은 부담돼요"
등록일 2017-02-22 조회수 1188
'내부자들' '마스터'에서 보여준 강렬함 벗고 감성 입어
"액션 전문 배우라는 이미지? 감성 연기가 더 좋아"
"22개월 아들 둔 아버지로서 울컥함 느낀 적도"

스포츠한국과 '싱글라이더' 이병헌이 만났다. 사진=올댓시네마

[스포츠한국 김두연 기자] 적어도 최근 몇 년 동안 극장가에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범죄 영화, 각종 비리를 파헤치는 복수극 등 남성적인 색깔이 주를 이뤘다. 배우 이병헌도 그 중심에 있었다. '내부자들' '마스터' 등을 통해 액션배우로 최전성기를 누렸다.

그런 그가 '싱글라이더'로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40대 가장이자, 성공한 증권회사 지점장 강재훈으로 분한 이병헌은 오랜 공백을 깬 감성 멜로로 관객들의 안부를 물을 예정.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이 그를 만났다.

"시나리오를 먼저 봤는데, 정말 토씨 하나 고칠 곳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어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배우로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할 필모그래피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개인적으로도 '작은 감정'을 연기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어요."

실제로 그렇다. '싱글라이더'는 카메라의 개입을 최대한 배제한다. 세련된 영상미보다는 강재훈(이병헌)의 시각에 맞는 카메라 기법으로 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대사도 그리 많지 않다. 세밀한 표정과 눈빛 연기로 극을 이끌어간다. 최근 극장가에선 좀처럼 보지 못했던 그림이다. 

"저도 어느샌가 액션 배우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더라고요. 최근 오락·범죄·비리·액션 영화들이 줄줄이 쏟아지는 홍수 속에서 저 또한 골라야하는 상황이었어요. 관객 분들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씀하시지만, 그건 배우도 마찬가지에요. (웃음). 그래서 '싱글라이더'를 보고 갈증을 느꼈나봐요."

'싱글라이더'의 주된 배경은 호주다. 대부분의 촬영도 당연히 호주 로케이션으로 채웠다. 때문에 전반적으로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작은 디테일도 살아있다. 오페라하우스의 내부가 등장하는 건 국내 영화에서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스포츠한국과 '싱글라이더' 이병헌이 만났다. 사진=올댓시네마

"과거에는 꽤 많은 광고를 호주에서 촬영했어요. 시차도 거의 없고, 환율도 저렴했기 때문에 수십 번은 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죠. 처음으로 오페라하우스 내부에도 들어가보고, 하버 브릿지도 걸어보고. 특히 백팩커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어요. 영화 촬영은 신경도 쓰지 않고 그들끼리 즐기더라고요. (웃음). 젊었을 때 왜 오지 못했을까 생각했죠."

보다 몽환적인,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타스마니아 촬영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병헌은 "정말 광활한 벌판에 캥거루들이 같이 뛰놀더라"며 "절벽은 마치 지구의 끝 같은 느낌이었다. 엽서에서만 보던 곳에 직접 서니 속이 울렁거리더라. 바람에 휩쓸릴까 무섭기도 하고"라고 회상했다. 현지에서 인기는 뜨거웠을까. 이병헌은 "나보다 (안)소희 씨가 있지 않나. 아이돌과 나는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병헌과 강재훈. 이래저래 공통점이 많다. 40대 가장, 어린 아들도 두고 있다. 그러나 평범한 강재훈의 삶과 국내 최고의 배우인 이병헌의 삶은 다소 거리가 있다. 작품마다 변하는게 배우라지만, 세밀한 감성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에겐 정말 다른 두 가지 생각이 있어요. 인생의 반 이상을 살아온 배우로서 삶이 친숙하기도 하지만, 정작 제 자신은 정말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후자가 더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그래서 강재훈이라는 캐릭터에 다가가는게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생후 22개월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울컥함을 느낀 경험도 있다. 이병헌은 "대본에는 아픈 아들을 보며 '진우야 괜찮아?'라는 대사가 있다. 그런데 '아들 괜찮아?'라는 대사가 더 와닿더라. 아버지가 느끼는 울컥함이 있었다"며 "그런 공통점들이 감정에 도움이 됐나보다"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제 충무로에서 이병헌은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를 굳건히 했다. 영화 내용은 몰라도, 이병헌이 나오면 본다는 반응들도 파다하다. 

"매번 그런 기대감을 드리는게 부담스럽기도 해요. (웃음). '싱글라이더'는 반전이 있는 영화지만, 그게 중요한 영화는 절대 아니에요. 서로 다른 삶을 대변한다는 게 주제 같아요.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가장의 삶,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자신의 삶을 포기한 수진(공효진), 열심히 일하는 청년의 자화상인 지나(안소희)까지. 공감의 본질을 느낄 수 있을겁니다."


스포츠한국과 '싱글라이더' 이병헌이 만났다. 사진=올댓시네마

스포츠한국 김두연 기자 ldgld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