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제목 ‘밀정’ 신의 한 수는 이병헌… 단 10분으로 증명한 클래스
등록일 2016-08-26 조회수 999

특별출연한 영화 ‘밀정’에서 배우 이병헌(46)은 또 한번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해냈다. 10분 남짓한 분량만으로 작품의 공기를 휘어잡는 신기(神技)를 선보였다. 



25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밀정’은 잘 빠진 느와르의 정석을 보여줬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친일파 일본 경찰(송강호)와 의열단 리더(공유)가 벌이는 심리전을 첨예하고 미세하게 그렸다. 차갑게 시작했다 점차 뜨거워지는 작품의 온도가 적절했다. 



훌륭한 연출과 연기가 최상의 시너지를 빚어냈다. 송강호·공유의 열연이 김지운 감독의 지휘 아래 춤을 추듯 흘러간다. 한지민·엄태구·신성록도 든든하게 제 역할을 했다. 강렬한 오프닝을 열어준 카메오 박희순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압도적인 이는 역시 이병헌이다. ‘달콤한 인생’(2005) ‘놈놈놈’(2008) ‘악마를 보았다’(2010)에서 함께한 김지운 감독과의 인연으로 출연을 결정한 그는 의열단장 정채산 역을 맡아 명불허전의 연기를 펼쳤다. 그가 중절모를 쓰고 등장하는 신에서부터 숨이 ‘턱’ 멎을 정도다. 



카메오 성격의 출연이었던 만큼 분량은 적었다. 대사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남긴 임팩트만큼은 강렬했다. 그저 눈빛만으로 충분했다. 단단한 표정에서 흘러나오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대사를 한층 묵직하게 전달했다.



특히 이병헌·송강호·공유 세 사람이 펼친 대작(對酌)신이 인상적이다. 본격적인 전개로 접어들기 직전 극의 흐름을 잡아준다. 웃음으로 관객을 무장해제 시키는 동시에 팽팽한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이병헌의 능청스러움이 빛을 발한다. 송강호와 주고받는 연기 합이 단연 돋보인다. 



막바지 짧게 등장한 장면에서도 이병헌은 숨길 수 없는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분량의 많고 적음은 역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특별기용은 이 영화의 행운이자, 신의 한 수가 됐다. 김지운 감독은 “(이병헌이) 좋은 연기를 보여줘 개인적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병헌은 “김지운 감독, 송강호 선배와 ‘놈놈놈’ 이후 8년 만에 촬영 현장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두 사람과 함께 해 무척 설레고 뜻 깊은 작업이었다. 이 멋진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그의 기대는 결코 헛되지 않을 듯하다.